사드보복·원전 중단 등 기업인 애로 호소…'법인세' 인상은 빠져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주요 기업인과의 호프 미팅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기업인들과 첫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의 국정 현안인 일자리 창출과 협력사와의 상생이 중점적으로 논의된 가운데 기업인들은 탈(脫)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와 규제 완화, 미국·중국과의 통상 갈등을 감안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법인세율 인상과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련한 현장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사드 보복으로 고전 중인 상황에서도 재무구조가 보다 취약한 2·3차 협력업체들이 더욱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금융당국의 지원을 요청해 눈길을 끌었다.

정 부회장은 "중국의 사드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저희가 호텔(사업)도 하고 있는데 완전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빠지고 면세점도 중국인들 단체가 완전히 죽었다"고 말을 보탰고, 구본준 LG 부회장은 "전기차용 배터리(사업)를 하는데 아예 중국에서는 '한국 것은 안 된다'고 명문화 비슷하게 만들어 놓아 중국차에 못 판다"고 토로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따른 애로사항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의 민원도 이어졌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철강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미국에 들어가지를 못해 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저희들은 당분간 미국에 (철강수출) 보내는 것은 포기했다"고 했다.

최근 탈원전 정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박정원 두산 회장은 "만약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 우려된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원전)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참여한 기업인 모두 협조를 약속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규제 완화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비율(RPS) 상향 조정 등을 건의했다. 그러면서 즉석에서 "상시업무 종사자 8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차전지, 음극재 등 사업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한 데 이어, 간담회를 마친 뒤 긴급 본부장회의를 소집해 구체적 실현방안을 지시했다.

한편 가장 민감한 현안인 법인세율 인상 문제는 이날 간담회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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