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액 늘어 실형 가능성 높아져…삼성전자 이례적으로 3년 만에 입장문 발표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스1)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및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파기환송 결과로 격랑에 빠지게 됐다. 2016년 이 부회장이 특검에 첫 기소된 이후부터 대법원 상고심까지 3년간 단 한 번도 회사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입장문을 내고 선처를 호소했다.

대법원은 이날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와 다른 공소사실을 합쳐 형량을 선고한 것이 위법하다는 법리적 이유에서, 이 부회장은 최씨 측에 건넨 뇌물액과 횡령액이 2심 때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이유 등에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이들의 형량은 다시 열리는 2심(파기환송심)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특히 이 부회장의 경우, 기존 2심 때보다 인정된 범죄혐의가 늘어났기 때문에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혐의 가운데 36억여원만 뇌물로 인정하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규정상 횡령액이 50억원을 넘어가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어 이 부회장은 실형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파기환송이 곧 이 부회장의 재수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재판부 재량에 따라 집행유예가 내려질 수 있다.

이날 오후 2시 53분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삼성전자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서 "앞으로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상황 속에서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입장문은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2016년 하반기에 국정농단이 불거지며 이 부회장이 특검에 구속 기소되고 2017년 1심 실형 판결, 2018년 항소심 집행유예 판결 때도 회사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은 없다.

이번 삼성전자의 입장문은 최근 연이은 대내외 악재에 따른 위기감이 반영됐다. 2017년부터 1년간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를 겪은 뒤에 삼성전자는 2018년에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D램 가격 급락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올해 7조5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7.5% 감소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등으로 글로벌 리스크까지 겹치고 말았다. 이같은 각종 악재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서는 총수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과 미래 먹거리 발굴, 신사업 및 기술에 대한 적극적 투자 확대 등이 필요한데, 이날 대법원 판결로 이 부회장은 다시 재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이 부회장은 대법원 선고 결과와 무관하게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충남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9일 경기도 평택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해 생산현장을 점검했다. 대법원 선고를 앞둔 26일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비상회의를 주재했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선고 결과와 상관없이 메모리와 파운드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핵심 생산기지인 화성·기흥사업장 등을 방문할 가능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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