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한남 ‘안성하 개인전’ 4일부터 29일까지 열어

Untitled, 2019, Oil on canvas, 38.3x45.5cm.(사진=가나아트 한남 제공)

[미래경제 김미정 기자] 일상에서의 경험들을 평범한 사물에 대입해 극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안성하의 개인전이 가나아트 한남에서 4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2014년 이후 5년만에 개최되는 전시에서 작가는 새로운 신작 ‘비누’ 연작을 선보인다. 이번 신작의 소재 또한 그녀가 이전에 작업한 사탕, 담배, 코르크와 같이 작가의 일상과 깊게 관계 맺는 물건이다.

작가는 지난 6년간 비누라는 사물을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해 낼 것인가’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먼저 연출된 대상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이를 그대로 캔버스에 옮겨 담는 안성하의 작업 방식은 현재까지도 동일하지만 작가는 이 비누라는 소재를 이전의 작업들과는 조금 다르게 보여주고자 했다.

그녀의 작업에 늘 보이는 ‘유리그릇’이 제거된 것이다. 이는 비누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형태가 사탕이나 담배 그리고 코르크 마개와는 달리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와 색상을 지니는 비누들은 유리 그릇 안에 담는 방식에 따라 사물의 구성에 차이를 주지 않아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만으로 상이한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거품에 둘러 쌓여있거나 물에 녹은 형태와 같이 원형 자체가 갖는 가변적인 특성을 활용한 조형 변화 또한 가능하다.

때문에 작가는 유리그릇이라는 특정한 틀에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정물의 연출에서 벗어나 형태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캔버스 위에 비누를 어떻게 구현할지 오랜 시간 연구한 안성하는 비누들을 단순히 하나씩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산품 비누로 작업을 했던 작가는 이후 각양각색의 수제 비누를 수집하고 그렸다.

특히 수제 비누는 형태나 색상이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만들어진 공산품 비누와는 다르게 개성 있는 조형 요소와 색채를 지니고 있어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재현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Untitled, 2019, Oil on canvas, 45.5x45.5cm.(사진=가나아트 한남 제공)

극사실화이지만 동시에 추상의 이미지 또한 찾을 수 있는 이러한 독특한 특성은 비누의 조형성 외에도 화면에서 완전히 제거된 주변 배경 때문이기도 하다.

안성하는 작업에 배경을 그리지 않는다. 작가는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물성만을 강조하듯이 화면 중앙의 정물에만 세부묘사를 그려 넣을 뿐 그 밖의 요소들은 흰 바탕으로 남겨놓는다. 따라서 보는 이의 시선은 오롯이 화면 속 대상에만 집중되며 그 안에 묘사된 선과 명암 그리고 색면에 깊이 빠져들다가 점, 선, 면이라는 추상적 요소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처럼 안성하는 비누를 구현하는 그 이상으로 대상의 물성을 강조함으로써 구상과 추상이 한 화면에 교차하게 만들었다. 즉 그녀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양가적인 특성은 작가가 단순한 ‘재현’ 그 이상으로 더 나아가고자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편으로 안성하의 극사실화는 작가가 대상의 실체만을 묘사하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그보다 더 확장된 ‘현존’을 담아내고자 했던 결과다. 그녀는 개인의 감정과 주관적 경험을 작업의 중심에 두었다. 이전의 작업인 사탕, 담배 그리고 코르크 마개 역시 작가의 일상적 경험과 깊게 관계 맺는 사물이었듯 그녀는 대상을 멀리서 찾지 않고 자신의 주변에서 본인이 가장 많이 찾는 평범한 사물을 선택한다.

이번 신작에서도 작가는 비누의 좋은 향과 이들이 주는 청결함, 이를 통해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본인의 심리적 경험에 주목했다. 이로써 안성하의 작업은 작가의 경험적 시선이 투영된 그녀의 삶 그 자체가 된다.

신작에서는 안성하가 비누라는 소재를 어떻게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가는 비누를 하나씩 그려 넣는 방식에서 나아가 거품이 인 비누의 표면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하기도 했으며 사각형의 캔버스 전체에 비누의 단면을 그려 넣음으로써 ‘재현’에 대한 탐구를 지속했다.

그 결과물이 공개되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관람객들은 안성하의 극사실화 속 실재와 재현된 이미지 사이의 틈을 경험함으로써 실재하는 비누와는 또 다른, 낯선 면모를 찾게 된다.

가나아트 한남 측은 “이번 전시는 안성하의 신작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안성하의 작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익숙함과 낯섦의 간극을 경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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