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궐련 담배 제세부담금 43% 수준 불과…美사례 토대로 유해성도 고려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쥴 스토어 세로수길지점'에서 직원들이 쥴 리필팩을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정부가 ‘쥴’(JUUL) 등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일반 궐련 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와 비교해 적다는 지적에 따라 세율 조정 검토에 나선다.

23일 기획재정부는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연말까지 담배 종류별 세율을 비교·분석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형평성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크게 일반 궐련 담배와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로 구분되며 종류별로 다른 과세 기준에 담배소비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개별소비세·부가가치세 등 7가지의 제세부담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담배 종류별로 과세 기준이 달라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제세부담금이 다른 담배보다 적다는 점이다.

담배 종류별 제세부담금 현황을 보면 20개비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일반 궐련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부가가치세 제외)은 각각 2914.4원, 2595.4원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2017년 5월 출시 당시에는 제세부담금이 일반 궐련 담배의 60% 수준이었지만 같은해 정부가 세율을 조정하면서 궐련 담배 대비 90% 수준으로 제세부담금이 인상됐다.

반면 니코틴 용액 1㎖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제세부담금이 1799원에 불과하다. 지난 2015년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1㎖의 흡연량을 일반 궐련 담배 12.5개비로 환산해 과세 기준을 정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말 출시된 쥴은 니코틴 카트리지인 ‘포드’(Pod) 1개의 용액이 0.7㎖여서 제세부담금도 1261원에 불과하다. 일반 궐련 담배에 부과되는 제세부담금의 약 43.2% 수준이다.

궐련 담배 1갑(20개비)과 포드 1개의 시중 판매가격이 4500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과세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지만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을 올리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니코틴 용액 0.7㎖를 일반 궐련 담배 1갑과 동일하게 취급하기 위한 판단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근거가 없으니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이 일반 담배에 비해 낮은지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외국 과세 현황, 쥴 등 신종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적정 제세부담금 수준을 토대로 연말까지 연구용역을 마치고 세율 조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더욱이 최근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인한 폐질환 환자가 늘어나면서 미시간주 등에서 판매금지 조치를 한 점도 연구용역 과정에서 들여다 볼 계획이다. 앞서 복지부는 미국 사례를 토대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담뱃세는 행안부과 소관하는 담배소비세를 기준으로 기타 제세부담금이 연동되는 형식이기 때문에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더라도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해 세율 조정 여부는 빨라야 내년 상반기쯤 결정될 전망이다.

아울러 기재부는 일반 궐련 담배 대비 90% 수준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도 장기적으로 판매 추이와 일본 등 해외사례를 고려해 조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세수가 중요 고려 요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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