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차 개발 비어만 사장 영입 외 1000억원 투자 등 지원 아끼지 않아

우승 차지한 현대자동차 'i20 Coupe WRC'. / 지난달 25~27일(현지시간) 스페인 타라고나주에서 열린 2019 월드랠리챔피언십(WRC) 13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티에리 누빌(경주차 상단 오른쪽) 선수와 코드라이버 니콜라스 질술(왼쪽)이 팀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사진=현대기아차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현대자동차가 WRC 참가 6년 만에 포뮬러원(F1)과 함께 세계 최정상급 자동차 경주대회인 2019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에서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한국팀이 세계 최고의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현대차가 1998년 처음 모터스포츠에 뛰어든 지 21년 만에 이룬 쾌거다.

현대차는 2019 WRC에서 참가 6년 만에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고 13일 밝혔다.

WRC는 포장과 비포장 도로를 가리지 않고 일반 도로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대회다. F1이 한정된 공간의 경주트랙(서킷)에서 오로지 속도 경쟁을 한다면, WRC는 전 세계 산간 도로·진흙탕·자갈밭·눈길 등 실제 도로를 달리며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겨룬다.

올해 마지막인 14번째 경기가 호주의 대규모 산불로 취소되면서 현대 월드랠리팀의 종합 우승이 자동 확정됐다.

제조사 순위는 한 해 경기에서 받은 누적 점수로 가리는데 현대 월드랠리팀은 지금까지 380점을 기록해 2위 도요타팀(362점)보다 18점이나 앞섰다.

현대 월드랠리팀 소속 티에리 누빌 선수는 올해 3승을 거두며 4년 연속 드라이버 부문 준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WRC 경주차의 주행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서킷용 경주차 'i30 N TCR'이 거둔 월드 투어링카 컵((WTCR)과 드라이버 부문 종합 우승에 이어 또 대기록을 세웠다고 말했다.

현대 월드랠리팀 선수들은 올해 성능을 보강한 i20 쿠페 WRC 랠리카로 초반부터 질주했다.

4차전 프랑스 랠리와 5차전 아르헨티나 랠리에서 연속 우승을 바탕으로 제조사 부문 선두에 올랐고 8차전 이탈리아 랠리, 13차전 스페인 랠리에서도 우승컵을 받는 등 모두 13차례 시상대에 올랐다.

현대차가 모터스포츠에 처음 도전한 건 1998년이다. 당시 WRC의 마이너리그인 '전륜구동 차량 대회'에 티뷰론으로 출전해 꼴찌에서 둘째(5위) 성적을 냈다. 1999년 같은 대회에선 2위까지 올라, 2000년 WRC 본대회(4륜구동)에 출전했다. 그러나 2003년까지 4년 연속 트로피가 없자, 현대차는 WRC에서 철수했다.

현대차가 WRC 복귀를 선언한 것은 그 후 약 10년 만인 2012년이다. 자체 기술로 승부하겠다며 독일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도 설립했다. 실제 WRC에 재도전한 건 2014년이다.

이 과정에서는 정의선 수석 부회장의 집념이 크게 작용했다. 정 수석 부회장은 그해 BMW 고성능차 M의 책임자로 '세계 3대 고성능 차 전문가'로 꼽히던 알버트 비어만 사장(당시 부사장)도 영입했다.

우승 차지한 현대자동차 'i20 Coupe WRC'. / 지난달 25~27일(현지시간) 스페인 타라고나주에서 열린 2019 월드랠리챔피언십 13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현대자동차 'i20 쿠페 WRC' 랠리카가 달리고 있다. [사진=현대기아차 제공]

여기에 연간 1000억원 이상 WRC 팀 운영에 쏟아 붓는 등 과감한 투자도 이어졌다.

정 수석 부회장의 노력은 재진출 첫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014년 WRC에 재도전한 첫 해에 4위에 그쳤으나 2015년 3위로 올라섰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준우승을 했다.

현대차 상품본부장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발굴된 고성능 기술들은 양산차 기술력을 높이는 데도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인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해 운전에 즐거움 주는 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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