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승계·내부거래 의혹 등 오너리스크 배제 위한 꼼수 지적…사내이사직은 유지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사진=호반건설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지난달 9일 대표이사직에서 돌연 사임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호반건설이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 작업을 본격화 하고 있는 가운데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 등 오너리스크를 배제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김 회장과 박철희 사장이 지난해 12월9일 각각 호반건설 회장·사장직에서 사임했다. 신임 대표에는 'M&A전문가'인 최승남 호반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총괄부회장으로 선임했다. 기존 3인 공동경영 체제는 최 부회장과 송종민 대표이사의 2인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다만 김 회장은 사내이사직은 유지한다.

호반건설 측은 이번 인사를 두고 "IPO에 대비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사임은 2008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다. 김 회장은 그동안 굵직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취임과 사임을 반복해왔다. 1989년7월 호반건설 설립 당시 대표이사에 취임, 2008년4월 사임했다. 이후 2014년9월 6년 만에 재취임한 지 6개월 만인 2015년3월 사임했다. 3년 뒤인 2018년12월 재취임하고 또 다시 1년 만인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이번 사임 역시 적잖은 의도가 있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가운데 IPO를 앞두고 내부거래와 편법승계 의혹 등 오너리스크 배제 목적이라는 분석이 가장 힘을 받고 있다.

호반건설은 호반과 호반건설을 합병하는 등 장남 김대헌 부사장 경영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들의 이익을 편취, 일감 몰아주기로 편법승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김 부사장은 합병 이후 최대 주주로 호반건설의 지분 54.73%를 보유하고 있다.

또 LH 공동주택 용지 '싹쓸이' 의혹과 이를 자녀들에게 빼돌려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2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반건설의 불공정 경쟁 및 부당 내부거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호반건설과 LH를 상대로 서면조사와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지난 2018년부터 IPO작업을 본격화했다. 당해 10월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를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호반을 인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시공능력평가에서도 호반과 호반건설이 각각 13위, 16위에서 지난해 10위로 껑충 뛰었다. 2018년 기준 매출은 1조1744억원, 영업이익 2777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3%, 7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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