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기업들 유리천정 여전…미등기 임원 포함해도 여성임원 비중 4%도 안 돼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위 상장사들 가운데 여성 등기임원이 한명도 없는 곳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G=연합뉴스/장현경 제작]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최근 재계 전반에서 여성 임원 비중이 늘고 있긴 하지만 상위 기업들의 유리천정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 당시 제출한 임원 명부 기준으로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 143곳 중 114곳(79.7%)은 여성 등기임원이 한명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의 등기임원 전원이 남성이고 포스코, 기아자동차, 삼성물산, 현대제철, LG전자, 현대모비스,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등도 여성 등기임원이 없었다.

여성 등기임원을 둔 29곳(20.3%)도 여성 임원의 수는 3명 이하에 그쳤다. SK텔레콤, 롯데쇼핑, 카카오, 네이버, 아모레퍼시픽, 호텔신라 등 24곳은 여성 등기임원이 단 1명뿐이었고 삼성전자, 신세계 등 4곳은 2명이었다. 지역난방공사의 경우 여성이 전체 등기임원 14명 중 3명으로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혔다.

전체로 보면 등기임원 1123명 중 97%인 1089명이 남성이었고 여성은 3%인 35명에 불과했다. 미등기임원까지 포함해도 여성 임원은 전체 7472명 중 279명으로 3.7%뿐이었다.

한편 여성 등기임원이 없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앞으로 2년 6개월 뒤까지 여성 임원을 선임해야 한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의 주권 상장 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개정법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되며, 시행 시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법인은 시행일로부터 2년 이내에 규정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단서가 부칙에 포함됐다. 다만 기업이 법조항을 위반해도 처벌을 받지 않고, 이사회에 한 명의 여성만 있어도 피해갈 수 있어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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