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블랙리스트(blacklist)란 경계를 요하는 사람 또는 그룹들의 목록을 말한다. 다시 말해 감시가 필요한 이들의 명단을 정리한 것이다.

최근 물류업체 쿠팡이 자체 정리한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일부 매체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를 총괄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취업 제한을 목적으로 일용·계약직 노동자 등 1만6450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문건에는 당사자들의 이름과 근무지, 생년월일 등의 개인정보와 함께 퇴사일, 사유, 노조 직함 등이 적혀 있을 뿐만 아니라 사유 항목에는 폭언·모욕·욕설, 도난·폭행 사건, 스토킹, 정당한 업무 지시 불이행 등의 문제가 될 만한 행동과 함께 학업, 이직, 육아·가족 돌봄, 일과 삶 균형 등과 같은 일반적인 퇴사 이유가 적시되어 있다.

문건에 게재된 당사자 중에는 자발적으로 나간 이와 해고된 이가 섞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을 작성하고 등록한 기간은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로 되어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런 식의 노무관리가 사실일 경우 입직과 이직이 반복되는 플랫폼 산업에서 회사 쪽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쿠팡풀필먼트의 경우 채용 절차를 단순화해 사람들을 일단 모은 후 ‘인력 풀’을 확보하고 있다. 일용직은 입사 신청만 하면 곧바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면접 절차 뿐만 아니라 입사 신청도 어렵지 않다.

이는 결과적으로 회사 입장에서 볼 때 입사 문턱을 낮춰 인력 풀을 확보한 만큼 사실상의 해고도 간편하다는 이점이 있다.

일례로 쿠팡이 수집한 블랙리스트에 명단이 기재된 A모 씨의 경우 대구 소재 한 물류센터에 계약직으로 입사했지만 1년만에 계약을 종료하면서도 그 이유 조차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모 씨 외에도 쿠팡 블랙리스트에 게재된 후 취업이 되지 않은 이들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에 일파만파 확산되자, 쿠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와 노동계 등을 잇따라 고소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는 출처가 불분명한 문건을 블랙리스트라고 공개하고, 마치 회사가 조직적인 댓글부대를 운영해 여론을 조작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쿠팡 또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물류센터 직원 B모 씨와 민주노총 간부 C모 씨도 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고소했다.

쿠팡은 B모 씨가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C모 씨와 공모해 물류센터 운영 설비 관련 자료를 포함한 수십 종의 영업기밀 자료를 빼돌려 블랙리스트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에 넘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도 쿠팡은 블랙리스트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도 허위보도로 방송법 심의규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방송 중지를 요청한 상태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다만, 쿠팡이 작성한 블랙리스트 문건이 사실일 경우 이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이자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취업방해 행위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제 아무리 직원들에 대한 인사평가를 작성·관리한 것이고, 이는 정당한 경영 활동이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손 치더라도 블랙리스트에 게재된 이들에게는 취업을 제한한 행위에 해당된다.

지금은 반박과 강경 대응이 아니라 반성과 재발 장지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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